치고노유적(쿄토부 후쿠치야마시)  후기 구석기시대 전반기(약 36000년전) 稚児野遺蹟(京都府 福知山市)後期舊石器時代前半期(約36000年前)

탄바(丹波)산지에 산 구석기인, 쿄토부(京都府) 첫 발견의 ‘환상 블럭군’

현생인류가 건너온 지 얼마 되지 않는 무렵의 석기가 출토

 치고노유적은 쿄토부 북서부의 탄바산지(丹波山地)에 있는 두 개의 하천이 합류하는 지점에 형성된 높은 대지상에 입지하고 있다. 지금까지는 죠몽시대(繩文時代)부터 헤이안시대(平安時代)에 걸친 유적으로 알려져 왔으나, 국도 9호선의 개량공사에 따른 발굴조사를 실시한 결과 약 3만6천년 전의 구석기시대인에 의해 만들어진 석기 약 1500점이 발견되었다. 이 연대는 약 3만년 전의 아이라(姶良) 화산재층과 약 5만년 전의 다이센쿠라요시(大山倉吉) 화산재층 사이의 지층에서 석기군이 출토된 점과 석기의 형태나 제작기법을 동시대 유적의 출토 자료와 비교하여 추정한 결과이다. 일본열도에 현생인류가 건너온 지 얼마 안 된 후기구석기시대 전반기에 해당한다. 출토된 석기의 분포 상황으로 미루어 당시 사람들의 마을 또는 야영지였던 것도 알 수 있었다.

 출토된 석기는 명확한 가공흔적이 남아 있는 것과, 이들을 제작하면서 생긴 다량의 석재 파편으로 나뉘어진다. 전자에는 창끝으로 사용된 나이프형 석기와 물건을 자르거나 깍는데 이용된 날카로운 날을 가진 박편석기, 인부마제석부가 있다. 그 중에서도 날끝만을 마연한 인부마제석부는 나무를 자르는 것 뿐 아니라 사냥한 동물의 해체에 사용하였다는 설도 있어 후기 구석기시대 전반기를 상징하는 석기이다. 석기의 석재에는 사누카이트를 비롯하여 챠드석, 흑요석, 혈암 등이 있다. 사누카이트와 흑요석은 가까이에 원산지가 없어, 사누카이트는 나라현(奈良縣)과 오사카부(大阪府)의 경계에 있는 니죠산(二上山), 흑요석은 시마네현(島根縣)의 오키제도(隠岐諸島)와 같은 멀리 있는 지역에서 가져온 것이다. 사누카이트의 반입은 히카미회랑(氷上回廊) 이라고 불리는 표고 100m 이하의 지역을 통과하는 세토우치(瀬戸内)에서 일본해(동해)로 이동하는 루트를 이용한 것으로 추정된다.

한랭기후에서 각지인들과 교류

 석기의 분포상황을 보면 약 수 미터 범위 내 석기가 집중되는 ‘석기블럭’ 19개소가 발견되었다. 특징은 석기가 출토되지 않은 광장과 같은 공간이 중앙에 있고, 광장을 둘러싸듯이 석기블럭이 분포하고 있는 점이다. 이것은 후기 구석기시대 전반기에서만 보이는 ‘환상블럭군’이라 불리는 주거를 동반하는 석기제작 공간이다. 칸토(關東)지방을 중심으로 많은 유적에서 발견되었는데, 킨키(近畿)지방에서는 효고현(兵庫縣)의 이타이테라가다니(板井寺ヶ谷)유적에 이어 두 번째 발견이다.

 당시의 기후는 현대보다 한랭하여 일본열도의 해안선은 훨씬 바다쪽으로 물러나 있었다. 침엽수 중심의 울창한 산에서 때로는 집단으로 대형 짐승을 사냥하고, 석기 석재를 입수하기 위해 멀리 니죠산과 오키제도까지 광범위하게 이동하는 구석기인들의 모습을 상상할 수 있다. 석기의 형태나 제작법은 츄고쿠(中國)・킨키지방 뿐만 아니라 호쿠리쿠(北陸)나 토후쿠(東北)지방의 유적과 공통되는 부분도 보인다. 이번 치고노유적의 발견은 탄바산지에 있어서 후기 구석기시대 사람들의 광범위한 이동과 생활의 실태를 추정하기 위한 큰 성과라고 할 수 있다. (黒坪一樹)

환상 블럭군

환상 블럭군

석기블럭이 환상으로 배열된 것에서 명명되었다. 중앙은 거의 석기가 출토되지 않은 광장과 같은 공간이 있다. 석기의 제작과 교환의 장소, 축제의 장소, 집단간의 긴장완화와 협조를 위한 장소 등의  설이 있다.

유적원경(동쪽에서)

탄바지방의 산줄기와 계곡을 따라 흐르는 하천을 멀리까지 내려다볼 수 있는 높은 대지상에 펼쳐져 있다. 당시는 마지막 빙기인 최한랭기(약 2만5천년전)정도는 아니었지만, 현재보다 한랭하여 침엽수로 둘러쌓여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환상블럭군 전체도

광장을 둘러 싸듯이 19개의 석기블럭이 분포한다. 석기블럭은 석기제작 장소로 여겨지며, 3-4개의 블럭을 1가구로 추정하기도 한다. 그 경우, 약 20-30인 규모의 마을 또는 야영지로 생각된다.

인부마제석부   가공 흔적이 있는 박편석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