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보고분군(시즈오카현 후지시)  고분시대

후지산(富士山) 남록을 다스린 수장들의 무덤

 

덴보고분군과 후지산(남서에서)

후지산의 용암으로 형성된 대지에 위치하며 남쪽으로 구 후지강 범람원 저지대와 쓰루가만을 내려다보고 있다. 후대의 동해도(東海道) 및 야마나시(山梨) 방면으로의 가도와 접해 있어 하천을 이용하여 쓰루가만으로 직결되는 요충지이다.

 

도래인과의 관계를 보여주는 부장품

  일본 삼대 급류의 하나로 꼽히는 후지강(富士川)은 중세 이전에는 후지산 남록에서 여러 갈래의 물길로 나뉘어져 광대한 범람원을 형성하고 있었다. 덴보고분군은 舊 후지강 범람원 동안의 완만한 경사면에  축조된 6~7세기 고분군의 총칭이다. 동서 약 2km, 남북 약 3.5km의 넓은 범위에서 80기 이상의 고분이 확인되었다. 1980년대에서 1990년대에 걸쳐 주요한 고분에 대한 발굴조사가 실시되었고, 2010년대에 연달아 보고서가 발간됨으로써 후지산 남록 지역을 개척했던 특징적인 수장들의 모습이 드러났다.

  고분군 축조의 초기에 해당되는 6세기 후반에 만들어진 나카하라(中原) 4호분이 주목된다. 직경 약 11m의 소형 원분임에도 불구하고 매우 풍부한 무기, 마구, 토기 등과 함께 단야구를 포함한 다량의 농공구류가 출토되었다. 이 시대에 단야구를 부장하는 고분은 동일본에서는 극히 드물며 부장품이 보여주는 특징으로 미루어 이 고분의 피장자는 도래인을 포함하는 토목・수공업 기술자 집단을 이끌고 후지산 산림이나 구 후지강 범람원 주변의 저지 개발을 추진한 수장으로, 무인적인 성격을 지녔던 인물로 추정된다.

  이 고분이 축조된 후에도 한반도와의 관련성을 보여주는 연리옥이나 철탁이 출토된 쿠니쿠보(國久保)고분과 같이 도래인과의 관계가 깊은 것으로 추정되는 고분이 6세기 말부터 7세기 전반에 걸쳐서 축조되었다.

 

야마토정권과의 연계를 강화

  그 후 7세기 중엽 경에 히가시다이라(東平)1호분이 축조된다. 직경 약 13m의 소형 원분임에도 불구하고 고구려계의 의례적 무기로 여겨지는 정자형 이기(丁字形利器)를 비롯하여 풍부한 무기와 마구로 구성되는 부장품이 주목된다. 히가시다이라1호분에서는 나카하라4호분의 시대에는 거의 볼 수 없었던 동일본 각지의 군사적 지도자의 무덤에 부장되는 금동장 마구도 출토되어, 이 지역의 수장들이 야마토정권으로부터 더욱 중요시되었음을 엿볼수 있다.

  고분군 조영의 마지막에 해당되는 7세기 후반에 축조된 니시다이라(西平)1호분에서는 야마토의 아스카노미야(飛鳥宮) 주변 공방에서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방두대도와 동일본 지역과 관련되는 와라비테도(蕨手刀/손잡이 끝이 고사리 모양의 칼)가 출토되었다. 또한 8세기대의 동제 대금구가 집중적으로 출토되어 후지군(富士郡)의 장관급 인물이 추가장되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또한 덴보고분군의 범위와 일부 중복되는 히가시다이라유적은 쓰루가(駿河)국 후지군의 관아유적으로 추정되고 있다. 유적 범위 내에는 8세기대의 고대 사찰인 미까이치(三日市)사지도 있다.

  덴보고분군의 출토품은 고분시대 후기부터 아스카시대에 지역개발을 담당했던 신흥 지역 수장들이 나라시대에 이르러 군령씨족(郡領氏族/고위관료를 맡는 씨족)으로 성장하는 역사적 변천을 보여주는 중요한 자료군이다. (藤村翔)

 


나카하라4호분

 

나카하라4호분  : 분구와 주구

원형 분구 주위에 최대폭 1.8m의 주구가 돌아간다. 분구 중앙의 지하에서 천장석이 유실된 횡혈식석실이 확인되었다.

 


히가시다이라1호분

 

히가시다이라1호분 :  석실 전경

개구부에 단이 있는 無袖 석실(현실과 연도의 폭이 같은 석실). 나카하라4호분보다 석실 폭이 약간 넓다. 7세기 중엽 경. 길이 5.1m.

 


나카하라4호분(6세기 후반)

 

절삭가공을 위한 도구. 길이 19.8cm.

 

집게

고온의 철재를 집을 때 사용하는 단야구. 길이 19.3cm, 폭 2.2cm.

 

철사

5개체가 출토. 길이 12.5cm.

 

바늘

대형 바늘에 소형 바느질용 바늘이 부착되었다.
대형 바늘 2개, 소형 바늘 17개(추정)가 출토. 길이 17cm.

 

삽머리

괭이나 삽 끝 부분에 장착한 철제 날. 4개체가 출토. 길이 15.1cm, 폭 17.8cm.

 


히가시다이라1호분(7세기 중엽 경)

 

丁자형 이기

전국에서 5개만 출토된 용도 불명의 철기. ‘丁’자 양단에 날이 있다. 한반도의 고구려에서 볼 수 있는 장부 구멍 철부를 모델로 한 것으로 추정된다. 길이 72.3cm, 폭 19.7cm.

 

동제 호등

안장 양쪽에서 내려져 말을 타는 사람이 발을 거는 마구. 동일본에 많은 형식. 길이 15.8~16.5cm, 높이 15-18.8cm.

 


쿠니쿠보고분(7세기 전반)

 

연리옥

빨간, 노란, 초록, 흰색의 4색 유리를 치밀하게 배열하여 만든 유리 구슬. 한반도의 백제에 유례가 많다. 직경 1cm.

 


니시다이라1호분(7세기 후반)

 

동제 대금구

흑칠을 칠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폭 2.6~3.6cm.

 

 

방두대도

동제의 자루 장식과 금구를 착장하였다. 길이 62.7cm.